WTF

D-146, 한복 맞춤, 한복린

보른 2014. 4. 20. 21:50

나는 결혼할 때 한복 안맞출 줄 알았다.

1년에 한두번 입을까 말까 한 옷을 비싼 돈 주고 산다는 건 합리적인 신부라는 이상향(?)과는 맞지 않았다.

우리는 인사다닐 때 예복을 입고, 어머님들만 괜찮은 한복으로 대여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기는 꼭 한복을 하고 싶다는 울엄마 +ㅁ+

거기에 평생 한복이 한벌도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맞추고 싶다는 탱쿤까지....

어머님도 잘 안입을테니 대여하자는 입장이셨는데 장모와 사위의 완강한 구입의사 콤보에 결국 맞추기로 했다.

 

플래너님에게 대략적인 예산을 말씀드려서 추천받은 단아한복과 한복린.

거기에 갑자기 좀 저렴한 한복을 하겠다는 울엄니의 변덕(...?)에 비단향도 추가.

 

나와 울엄마, 탱쿤과 어머님 넷이서 홍영재 청국장에서 점심을 먹고 한복투어에 나섰다.

 

우선 한복집 투어 tip 몇가지.

- 한복 투어때 색을 얼굴에 대보기 때문에 흰 옷을 입고 가는게 좋다.

- 신랑, 신부, 혼주까지 여러명의 한복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각각 색을 골라야 하므로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게 좋다. 보통 1시간 텀 두는데 막상 상담받으면 1인당 15분은 금방 지나간다~

- 한복은 어머니들의 예복이므로 혼주들이 원하시는 곳에서 하는게 좋다. 그리고 어른들 말씀은 거의 틀리지 않음-

-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본인이 원하는 색, 원단, 스타일이 분명한 경우에는 종로나 광장시장에서 하는게 가격 면에서 합리적일 것 같고, 우리처럼 한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강남 쪽에서 찬찬히 상담받고 이색저색 대보면서 고르는게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을듯.

 

1. 한복린

처음 본 한복집이라 우리의 기준이 된 곳.

무난한 한복, 무난한 서비스, 높은 가격~

우리는 색동도, 자수도, 장식도, 한복 추가도 안한 완전 기본 스타일로 봤는데도 비단향과 단아한복에서 자수랑 자개 추가한 것보다 높은 가격이 나왔다.

샵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상담해주신 실장님이 우아하고 친절하셔서 신뢰가 갔는데 탱쿤은 뭔가 매뉴얼대로 응대하는 느낌이었단다.

 

2. 비단향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어머님은 원장님의 영업스타일이 마음에 안드셨던 모양이다.

내 한복은 분홍 치마에 흰 자수저고리로 예쁘긴 했지만 내 맘에 쏙 들진 않았고, 남자 한복은 자고로 블루 계통이 예뻐야 하는데 보여주신 푸른 배자가 영 아니었다.

한복값이 한두푼이 아니라 딱 요거다 싶은거여야 하는데 탱쿤의 배자 색깔을 엉뚱한 걸로 자꾸 권해주심..

어머님들 치마 색으로는 짙은 남색 원단을 보여주셨는데 감도 특이하고 예뻤다.

비단향이 원래 자수로 유명한 곳이고 원장님 본인도 자수를 좋아하셔서 완성본이 나오면 많이 화려할 스타일.

한복 다 보고 나가려는데 억지로 치수 재고, 계약금 입금을 은근히 강요하셔서 "예쁜거 많이 보세요~"라고 웃으면서 배웅해주신 한복린 실장님과 대비됨;;;

 

3. 단아한복

난 내심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인데 어머니들은 들어가자마자 여긴 아니라고 하심 ㅠㅠ

아마 한복집이 이전 두 곳에 비해 작고, 보여주신 원단이 최고급이 아니었기에 그런 듯?

원장님이랑 상담하리라 기대했는데 실장님이랑 상담한게 아쉬웠으나 늦게 도착한 우리 잘못이니까....

지금은 봄이라 가을 예식 한복을 미리 정하긴 이르다며 7월 정도에 다시 오라고 조언해주셨다.

결국 내 한복만 보고 나옴......

최대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줘서 장사한다는 느낌이 덜 드는 점, 결혼식 당일날 예식장까지 와서 혼주들 한복을 체크한다는 점 등 진심어린 서비스와 가성비를 따지면 단아가 최적이라는게 탱쿤의 평가.

 

 

한복은 어머니들이 메인이기에 어머니들의 의견을 100% 반영하여 결국 우리는 다시 한복린으로 돌아왔다.

투어하면서 색을 다 골라놓아서 치수만 재면 될 줄 알았더니 내 깃이랑 끝동 색 정하느라 다시 한시간 걸림....

 

내 한복 색깔을 먼저 고르고, 마침 샘플북에 비슷한 스타일이 있어서 탱쿤 한복 색감은 거의 그대로 베꼈는데 바로 이 사진~

 

 

출처는 한복린 블로그-

 

난 넘흐 새신부 느낌나는 녹의홍상이나 색동은 처음부터 싫었기에 붉은 치마에 크림색이나 남색 저고리를 생각했었는데 예정에 없던 분홍색 치마에 연노랑 저고리를 하게 되었음에도 불만이 없을 정도로 나에게 잘 어울렸고, 나랑 탱쿤도 전혀 다른 톤과 색인데도 신기하게 커플 느낌이다.

탱쿤은 내가 너무 진한 색으로 가면 본인이 맞추기 어렵다며 여자가 화사한 색으로 하는게 낫다는 의견이어서 이 느낌으로 가기로 결정.

한복은 결국 색깔 싸움이라 개개인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 색을 조합하느냐가 관건이라더니, 실장님께서 배색을 매우매우 훌륭하게 해주셔서 어머니들은 고름 색깔만 같을 뿐인데도 세트로 맞춘듯한 느낌이라 너무 기대가 된다.

한복가격에는 속옷, 버선, 신발, 클러치까지 포함인데 신발마저 고급스럽다며 어머니들이 매우 마음에 들어하셨다.

울엄마도 투어 전엔 예산 얼마라고 못박았지만 결국은 추가요금을 내더라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게 되더라..

 

 

성격이 (정말,정말,정말) 강하신 두 어머니께서 8시간 넘게 붙어다니시면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배려해주시는 마음씀씀이가 많이 보여서 너무 감사했다 ㅠㅠ

서로 자식자랑했다 디스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셔서 나랑 탱쿤이 곤란했음 ㅋㅋㅋㅋㅋ

자수나 금박같은 장식 싫어하시고, 은은한 파스텔톤 좋아하시는 등등 두분 취향이 거의 비슷한것도 다행이고-

한복 가봉하러 갈 날 완전 기대 중!

 

 

 

 

 

 

+ 가봉 후기-

어머님은 처음 치수 잴 때보다 5kg 빼시고 앞으로도 3kg정도 추가 감량이셔서 다시 치수재고 따로 가봉하시기로 했다.

실장님이 치수를 꼼꼼하게 재주신 덕분에 엄마 저고리 겨드랑이 부분을 1cm 늘리는 것 빼고는 수정할 곳 없이 완전한 한복이 나왔다.

 

 

 

탱쿤과 내 한복 완성본-

블루와 핑크는 굳이 무언가를 맞추지 않아도 커플이다.

엄청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나온 탱쿤 한복과는 달리 난 너무 병아리같아서 계속 투덜투덜 ㅋㅋ

내 외모가 귀염귀염하지 않아서 걱정했더니, 그래도 새색시 느낌은 내봐야하지 않겠냐며 위로하는 탱쿤...

아무리 그래도 오빠 한복이 더 멋져....

 

 

 

아버님께서 한복은 갖춰입어야 한다며 배자를 추가로 맞춰주셨는데(난 그때까지 배자가 뭔지도 몰랐음.... 털쪼끼인줄 알았음;;;), 배자를 입으면 새색시 느낌이 좀 덜 난다 ㅎㅎ

따로 맞췄음에도 실장님의 기막힌 컬러매치덕에 완벽한 한벌이 되었다!

내 배자와 탱쿤 조끼가 같은 디자인이라  더욱더 한쌍의 느낌~

 

 

 

배자 뒤에는 자수를 넣었는데, 자수와 고름 색깔도 실장님께서 넘 예쁘게 맞춰주셨다 ㅠㅠ

 

 

이제 본식 끝나고 하객들 인사드릴 때 입겠구나-

다시 한복을 맞출 때는 자식 결혼시킬 때 겠지 ㅎㅎ

1년에 몇번 입지 않더라도, 너무 잘 했다고 만족하는 한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