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the big day

보른 2014. 9. 16. 14:20

정신없었던 D-day 돌아보기-

좋은 날 하루종일 웃어도 모자랄 판에 버럭하고 하이킥 날릴 만한 일들도 있었기에 소소하게나마 남겨본다.

 

 

 

- 웨딩플래너

결혼 준비하면서 웨딩플래너와의 궁합도 매우 중요한데 나와 권은정 실장님은 80점 정도?

실장님이 마냥 친절하고 다 받아주는 타입은 아니시고 나도 내 나름의 고집이 있다보니 살짝쿵 의견충돌도 있었기에 만점은 아닌걸로 ㅋㅋㅋㅋ

내가 아무리 결혼 준비를 10년 하고, 써치를 많이 했더라도 실행에 옮기면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오랜 경력의 플래너님은 그걸 삭삭 걷어내주시는 역할이었다.

가격할인도 꽤 많이 받아서 금전적인 부분도 아낄 수 있었고 ㅎㅎ

다른 무엇보다 내 웨딩드레스가 실장님의 탁월한 안목 덕분에 가능했던 작품!

드레스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었던 실장님과의 인연 :)

 

 

 

- 메이크업, 헤어, 드레스

메이크업은 제니하우스 장혜정 원장님, 헤어는 제니하우스 이향 원장님, 드레스와 베일은 마리벨르였는데 이보다 더 나은 조합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나에게 잘 어울렸다.

데이트스냅 메이크업 때 나 아닌듯한 촬영용 화장에 한번 데이고 고심 끝에 바꾼 터라 노이로제 걸려서 정신병자처럼 "꼭 예쁘게 해주세요 제발"을 열번 넘게 얘기했는데, 내가 원한대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해주셔서 눈물나게 감사했다. ㅠㅠ

이향 원장님도 내 부탁대로 깨끗하게 올리면서 한끝 차이로 너무 승무원같지 않은 올림머리를 해주셨다.

드레스는 '내 드레스'라고 확신했었고, 베일은 '무조건 심플'하게 요청했는데 드레스와 잘 어울리는 원베일, 투베일로 보내주셔서 촬영도, 식도 잘 마칠 수 있었다.

참고로, 난 마리벨르에서 입어본 드레스 중 내 본식 웨딩드레스 딱 하나만 마음에 들었다 ㅎㅎ

난 스튜디오 촬영도 안하고 2부 드레스도 없던 터라 한 벌만 제대로 찾으면 됐는데, fortunately i got it!

 

 

 

- 신부 外 메이크업

제니하우스는 혼주메이크업이 유명하다는데, 울 시엄니는 마음에 안들었다고 아직까지 속상해하신다;;

담당했던 스탭이 심하게 불친절했고, 좋은 날이라고 싫은 소리 안하시고 꾹 참다보니 결국은 본인 성에 안차는 결과물이 나온거다...

난 내동생 머리를 왠 아줌마로 만들어놨길래 다시 하라고 눈 치켜뜨고 요구했기에, 어머님이 탐탁치 않으신거 알았으면 메이크업 다 지우고 다시 해달라고 했을텐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던 나의 불찰 ㅠㅠ

여자가족 1명에 22만원씩 냈는데 제대로 된 실력과 서비스 기대하는거, 무리 아니라고 봄 ㅎㅎ

신랑 머리도 애브뉴준오쪽이 훨씬 나았다.

머리 만져주는 스탭의 손맵시 차원이 다름 ㄷㄷ

나야 원장급에게 받아서 내 맘에 쏙 들었지만, 다른 가족들은.... 글쎄요

 

 

 

- 웨딩네일

화이트 프렌치는 데이트 스냅 때 해봤고, 본식 때는 무조건 깔끔하게 살구빛으로 하리라 결심.

신혼여행 때문에 패디큐어는 화려하게 하는게 관습이지만 난 웨딩슈즈와의 조화만 생각해서 핑크 글리터 그라데이션으로 했는데 몰디브 백사장과도 잘 어울리고 괜찮았다.

 

 

오픈토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패디 ㅎㅎ

튀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었다 ㄷㄷ

단, 시카고에서 온 외사촌들과 함께 받느라 여러명이 동시에 진행가능한 곳을 찾다보니 가로수길 모 네일에 예약했는데, 실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_-

 

 

식 전날 케어 받아서 식 당일 공항에서 찍은 사진이 이지경 ㅋㅋ

자세히 보면 큐티클 부분이 네일 받은지 일주일된 양 마감처리가 엉망이다

내 인생 최악의 언어점수를 수능날 받더니, 내 인생 최악의 네일케어를 결혼식 전날 받음 ㅋㅋㅋㅋ

네일케어는 잘 아는, 잘 하는 곳에서 받는걸 추천 ㅠㅠ

 

 

 

- 부케

부케는 플래너님이 제공해주시는 터라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고, 추석연휴 직후라 수입꽃이 없어서 원래 맘에 두었던 튤립 오뜨꾸뛰르 부케가 불가능하여 할 수 없이 카라로 결정했는데, 메이크업샵에 도착한 부케를 보고는 바닥에 내동댕이침 ㅡ,.ㅡ

내가 상상한 탐스럽고 늘씬한 카라부케가 아니라 얼굴도 작고 비실거리고 "카라부케는 짧으면 병맛이지"라고 비웃던 바로 그 부케가 도착...

플래너님한테 정색했더니 바로 다른 꽃집에 연락해서 식장까지 퀵으로 쏴주셨다.

당일날 급하게 주문한거라 새 부케도 꽃송이 수가 많지 않았지만 훨씬 하얗고 싱싱하여 신부대기실부터 새 부케로 바꿔 들었다.

 

 

 

- 본식스냅&DVD

러브인스토리 이인재 대표님은 워낙 오랫동안 지켜봐 온 데다가 데이트 스냅을 함께 하면서 절대적인 신뢰가 쌓였고-

더나인야드는 대표지정 1인 촬영으로 계약했는데 메이크업샵은 실장님이 오신다고 하여 뿔이 막 날라고 하다가 본식 때는 대표님과 실장님 2인촬영으로 진행해주셔서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ㅋㅋㅋㅋㅋ

뭐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지 않았던 나는 스냅과 영상 둘 다 업체로 직접 찾아가서 "이런 샷 넣어주세요" 하고 요청했는데, 한원탁 대표님은 "와 정말 공부 많이 하고 분석 많이 하셨네요"라고 감탄하시고 이인재 대표님은 "신부님 이런건 전화로 얘기하셔도 되는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제대로 인사드렸더니 촬영 당일날 덜 어색했던건 사실 ㅎㅎ

이대표님과 한대표님이 원래 친분이 있으셔서 스냅과 영상이 한팀처럼 움직인 것도 플러스!

두 대표님 믿으니까 나머지는 결과물로 얘기하는걸로~

 

 

 

- 서울대 연구공원 꽃장식

난 흰색 투성이인 웨딩홀은 별로라 반드시 컬러를 넣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리뉴얼 공사 후 방문한 서울대 연구공원 웨딩홀 꽃장식은 적당히 가을느낌나서 마음에 들었다.

예약 컨펌 당시 트러블이 있어서 본식 당일 신부대기실 꽃을 추가해주기로 했는데 "신부대기실을 블루로 장식해주세요"라고 했더니 기존 와인빛 꽃장식은 그대로 있고 신부 발 밑에만 파란 수국을 갖다 놨더라 ㅎㅎㅎㅎㅎㅎㅎㅎ

데코 하시는 분이 직업의식이 없는건지.. 센스가 없는건지.....

 

 

무슨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한복도 아니고...

기본 꽃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스므니다~

 

 

 

- 웨딩연주

플래너님이 소개한 아마데우스에 맡겼는데 망함.

난 기존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들이 아니라 나름 심사숙고해서 고른 곡들로 신청했는데, 연주자들이 프로라 당일날 맞춰봐도 아무 이상 없다며 안심시키길래 철썩같이 믿었더니 5곡 중 세곡이 첫부분이 전혀 안맞고 엉망진창이었다 -_-

시카고 교포인 외사촌들이 레알 프로급 피아노 3중주라 차라리 그쪽에 맡겼으면 팝송 감성 살리고 훨씬 잘했을텐데 기껏 돈쓰고 나의 애정돋는 BGM 망가져서 개빡침 ㅡ,.ㅡ

 

 

 

- 헬퍼

참 사람 부분은 맘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난 주변에 돕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ㅠㅠ

블로그 보다보면 센스 따위 없는 이모님 만나서 좋은 날 속상하고 얼굴 찌푸렸다는 후기도 있는데, 난 이모님 복도 있어서 나의 진상 요청도 싫은 내색 하나없이 다 받아주시고, 작은 것 하나까지 배려해주셔서 넘넘 감사했다.

폐백 도와주시는 수모님도 넉살좋게 우리 풍습에 대해 잘 설명해주셔서 어른들도 좋아하시고 나와 탱쿤도 즐겁게 임할 수 있었고.

 

 

가방순이였던 베프 병아리 장금이와 키후아가 손발처럼 척척 필요한 부분 채워줘서 정말 고맙고 ㅠㅠ

 

 

 

- 웨딩카

탱쿤이 본식 당일 '우리집 -> 메이크업샵 -> 웨딩홀 -> 공항' 코스로 예약한 덕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외제차나 리무진이 아닌 스타크래프트를 렌트했는데, 웨딩카에 엄청난 로망이 있는 것만 아니라면 매우 실용적인 대안인 것 같다.

기사님 제외 5~6명이 탈 수 있어서 이모님 포함 한 가족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고, 내부 공간이 넓어서 신부 입장에서도 편하고, 허니문 가방을 비롯하여 짐도 잔뜩 실을 수 있고, 급박한 순간엔 버스전용차로까지 이용 가능 ㅋㅋㅋ

 

 

 

이런 저런 코멘트는 끝이 없지만, 일단 이정도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