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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보른 2015. 1. 11. 21:33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에 간건 고등학생 때였는지 대학생 때였는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정확하게 왜 가고 싶어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고집부려서 온가족이 함께 방문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즉흥적으로 갔던 터라 할머님들을 직접 뵈지는 못하고 관리자분의 설명을 듣고 내부구경을 조금 했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당시 내가 받던 용돈의 꽤 많은 부분을 기부했다

그것이 나와 '일본군 위안부'의 직접적인 관계의 전부'였'다

 

 

 

그리고 10여년만에 다시한번 관계를 맺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화 <귀향> : http://guihyang.com

모바일 다음에서 아무 생각없이 클릭했던 영화 소개에 몰입하고, 영화 제작 비용 모금을 위한 연재기사를 모두 읽고, 망설임없이 또 내 용돈의 일부분을 후원했다(사실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계좌이체 후 통장잔고 보고 헉 ㅜㅜ 나 돈을 너무 허투루 쓰고 있었구나...)

<귀향>은 동북아 각지에 끌려갔다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수많은 위안부들을 위로하는, 넋이라도 고향으로 데려오자는 취지의 영화다

감독이 11년간 제작을 진행하면서 수없이 거절당했고, 12억의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하여 현재 후원 형식으로 돈이 모일 때마다 영화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1만원 이상 후원하면 영화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간다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인이라면 정도는 다를지언정 분명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위안부를 기억하고 애통해하는 작은 관심들이 모여 영화가 꼭 완성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음날, IFC 영풍문고에 들려 나부터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져보고자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도서를 찾았다

대부분 할머님들의 증언이라 읽기엔 너무 마음이 아플거 같고, 일본인이 쓴 위안부에 관한 정치적 도서와  사진집 중에 좀 더 쉬워보이는 <겹겹>을 선택했다

<귀향>과 일맥상통하는 <겹겹>

작가는 중국 위안소에 끌려갔다 종전 후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 남겨진 할머니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었다

 

 

전쟁이 끝나고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자신이 중국 어디에 있는지, 말도 안통하는 상황에서 누구한테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한 채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들과 함께 위안소 부근 마을에 남겨질 수밖에 없었다. ... 끌려감, 감금, 끊임없이 반복되는 성폭행 그리고 버려짐. 이 모든 것이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지금 할머니들의 생활 터전이 위안소 터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픔의 상처가 남아 있는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그곳을 배회하며 살았다. (p. 8~9, 프롤로그)

 

"이젠 조선말도 중국말도 잘 못해. 부끄러워. 조선말을 잊어버린 게 가슴 아파." (p. 25, 이수단 할머니)

 

"일본 놈들을 받는 게 얼마나 고달프던지, 같이 있던 언니 둘은 아편을 먹고 자살을 했더랬지요." (p.69, 배삼엽 할머니)

 

"하루라도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어. 잊지 않으려고 날마다 지도를 봐. 마당에 대추나무가 하나 있었어." (p.114, 박대임 할머니)

 

'위안부' 생활 3개월 만에 성병에 걸렸다.

"아픈데도 군인을 받았어. 주말에는 군인들이 들이닥치니까 다섯 명을 상대해야만 했어."

병세가 악화되어 더 이상 군인을 받지 못하도록 주인은 조치했다.

"주인이 쓸모가 없다고 방에 불도 안 때줬어. 밥도 안 주고." (p. 170, 박서운 할머니)

 

 

가난해서 만주에 있는 공장에 돈벌게 보내준다는 말에 속았고, 인권을 유린당하며 전쟁을 견뎠고, 해방 후에 타지에 남겨진 채 여전히 어렵게 살고 계신 할머니들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아흔이 넘은 그녀들의 주름진 얼굴과 겹겹이 쌓인 한맺힌 이야기는 분명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나는 역사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만한 지식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발뺌하는 일본 정부보다, 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우리나라 정부에게 더 화가 난다

무슨 정치적 사연이 얽혀 있길래 왜 더 강력하게 이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지

여성이 중심이라는 이번 정권에서조차 왜 그들을 외면하는지

할머니들이 모두 사망하여 역사의 증인이 사라지기만을 숨죽여 기다리는건지

 

 

다음에는 김숨의 <뿌리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