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에이치로
<슬램덩크>와 더불어 내 인생의 만화인 <원피스>의 작가. 둘 다 우리집에 전권 소장중~
인기 좀 많아지면 제멋대로 연재 중단했다 재개했다 하는 몇몇 작가들에게 오다센세의 성실함은 큰 귀감이 되고, 주연급 뿐만 아니라 엑스트라를 포함한 모든 인물은 물론 파도, 연기 등 움직이는 모든 것을 어시스턴트가 아닌 자신이 직접 그린다거나, 스크린톤은 단 두종류만 쓰고 모든 무늬를 손수 그린다거나, 과거 회상 장면에서도 절대 복사본을 쓰지 않거나 하는 만화가로서의 가치관이 가히 장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원피스> 이야기를 좀 하면-
내가 이 만화가 대단하다고 느낀건 3년 전에 동생이랑 도쿄를 여행할 때였다. 저녁에 호텔에 들어와 씻고 노닥거리면서 테레비를 보는데, 일본 최고의 버라이어티쇼 <SMAPXSMAP>에서 원피스 특집을 하는거다. 일본 연예인들이 나와서 원피스에 관한 퀴즈를 풀고, 우승자는 내년도 달력에 원피스 주인공들과 함께 그려진다는 조건이었다. 마지막 문제가 알라바스타에서 비비와 헤어질 때 밀짚모자 일당이 동료의 증표를 치켜들고 서 있는 순서를 맞추는 거였다.
바로 이장면~~ 동생이랑 "누가 이런걸 외우고 있음??" 이랬는데 기무라 타쿠야가 정확하게 맞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연예인들도 경악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기무타쿠한테 아무 관심 없었는데 그 프로그램 보고 인정! 배우로서가 아니라 원피스 팬으로서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일본 최고의 배우조차 오타쿠일 정도이니 일본 내에서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겠다. 그나저나 나도 저 동료의 증표 갖고 싶은데 동료 생기면 엑스자로 타투나 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은 당연히 귀요미 쵸파 ㅋㅋㅋㅋㅋ 많은 원피스 팬들이 드럼왕국편을 최고로 꼽는데, 나는 쵸파 과거를 볼 때마다 엉엉 운다. 맨날 동생 침대에서 원피스 보다가 베개랑 이불에 눈물 콧물 닦아서 내 동생이 원피스 16권을 옷장 속 박스 안에 봉인시킴 ㅡ,.ㅡ
나를 항상 울리는 장면 ㅠㅠ
유니클로는 질이 별로여서 잘 안사는데 원피스 콜라보 티셔츠는 매년 한개씩은 꼭 산다. 망가질까봐 아껴입는 나의 완소 쵸파 티셔츠~ 티셔츠 밑엔 "I'm gonna be king of the pirates"라고 적혀있다. >_<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라는 명언을 남긴 쵸파편 말고도 원피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명대사가 나온다. 단행본 한권에 최소 한구절은 가슴을 후벼판다.
쵸파 다음으로 좋아하는 캐릭터 롤로노아 조로. 조로는 마냥 천진난만한 루피 대신 밀짚모자 일당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이면서도 의리 쩌는 상남자~ 원피스는 꿈과 로망에 대한 만화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의 잔인함을 소름끼치게 묘사하곤 하는데 이 장면도 마찬가지. 불운은 나의 상태와 의지에 관계없이 찾아온다-그게 때로는 설상가상인 상황이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진리를 받아들이는 조로. 멋져부러잉~ ㅠ_ㅠ)=b
원피스는 스토리 상으로도 완벽하고, 위대한 항로를 항해하는 와중에 하늘섬, 유령선, 여인섬, 어인섬처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환상과 전설이 펼쳐진다. 매 에피소드마다 '이게 뭐임'이라고 생각했던 삼천포들이 알고 보면 큰 감동을 주기 위한 복선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어리둥절하거나 좀 지루하더라도 그냥 믿고 보는 편.
원피스 결말에 관해서는 많은 추측이 있지만, 최근 본 글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홍이.D님의 글 <원피스의 정체> 아놔 '원피스는 무엇인가'로 박사논문 쓸 기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팬들이 이정도로 심오한 연구를 자청하게 만들다니 오다센세는 정말 천재야!!!!!
하지만 내가 오다센세를 존경하는 진짜 이유는 현재 일본 최고의 만화를 그리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으면서도, 단행본의 독자 질문코너인 SBS에서 "오다쌤은 변태인가요?"라는 시덥잖은 질문에 "그럴리 없잖아!!!!!! 머리에 빤쮸를 쓰고 있을 뿐이라고!!!!!"라고 버럭하는, 부담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오다 에이치로는 매우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일듯 :) 나도 내가 어떤 자리에 있던, 거만해지거나 신비주의를 택하는게 아니라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