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D-125, 웨딩슈즈, 마놀로 블라닉 세다라비

보른 2014. 5. 11. 19:12

내가 원래 신발 욕심이 많아서, 백화점 다닐 때도 의류나 가방 매장은 휙휙 지나가면서 구두 매장은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슈즈홀릭까지는 아니지만 패션 섹터 중에서 가장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분야랄까.

당연히 웨딩슈즈에 대한 로망도 있었는데, 내가 꿈꾸던 구두는 역쉬 영화 <Sex and the City> 캐리의 프로포즈 슈즈인 hangisi(행기시라고 읽는건가? 걍 캐리슈즈로....)

 

 

캐리와 빅의 재결합의 극적인 요소이다 보니 더 인상깊었나보다.(나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SATC 팬들에게...)

 

 

 

이거시 바로 나으 드림슈즈 *_*

마놀로 할부지는 구두 스케치도 쩐다.

하나하나가 다 아트라서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서 영구보존하고 있단다 ㄷㄷㄷ

 

결혼할 때 'Something Blue'를 몸에 지녀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어서 '바로 이 구두'라고 생각하고 탱쿤에게까지 신발 교환(어머님께서 예복에 '선물하면 도망간다'는 미신이 있는 구두는 포함시키지 말라고 하셔서;;)하자고까지 얘기했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왠지 초허세를 부리는 기분이 들어서 웨딩슈즈는 그냥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한 레이스 플랫슈즈를 사려고 정해놨었다.

 

하지만 오늘, 강남 신세계에서 엄마와 샤핑하는 내 앞에 마놀로 블라닉 쇼핑백을 뙇! 들이댄 탱쿤 @_@

평생에 단 한번인 결혼인데 신고 싶은 신발 신겨주고 싶었다며....

아놔 사지 말래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 내가 넘흐 감동받자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일선물 미리 땡겨주는 거라길래 내가 "그럼 나 매년 마놀로 블라닉 한켤레씩 느는거야? ^^" 하고 애교부렸더니 "아니 딱 올해뿐이야 ^^" 라며 냉정하게 대답하는 탱쿤 ㅋㅋㅋ

어쨌든 고마워 오빠 ㅠㅠ 사랑해 ㅋㅋㅋㅋㅋㅋㅋ

 

박스를 열어보기 전엔 내가 노래한 캐리슈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탱쿤의 선택은 은색 오픈토(심지어 10.5cm)인 세다라비.

역시 내 의견을 절대 호락호락하게 받아주지 않디 ㅋㅋㅋㅋ

물론 이것도 섹스앤더시티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제품이긴 하다.

 

 

 

탱쿤이 또 웨딩슈즈 써치를 엄청 했단다. (탱쿤은 20만원짜리 오븐 사는데 2년 걸리는 집요한 '조사' 오타쿠....)

분석 결과, 고가의 웨딩슈즈로는 마놀로블라닉 2종, 발렌티노 1종, 지미추 1종 정도가 추려지는데 내가 마놀로 블라닉 찬양을 하기도 했고(마놀로 할부지가 까나리아 출신이라... 스페인에 대한 애정돋는 나 ㅎㅎ), 결혼 이후에도 계속 신을 수 있는 신발로 마놀로 블라닉 세다라비를 최종낙점했다.

나름의 미적 감각이 있는 탱쿤에 따르면 캐리슈즈는 프로페셔널하고, 당당하고,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여성의 느낌이란다.

마놀로 블라닉의 시그니쳐컬러인 코발트블루도 그런 자신감 넘치는 도회적인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했고.(내눈에 캐리슈즈는 블루가 진리. 다른 컬러들은 다 그저그렇...)

 

하.지.만. '신부'라면 역시 순수하고, 청초한 이미지라 캐리슈즈는 웨딩드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탱쿤의 결론.

한마디로 캐리슈즈는 시크한 시상식용 드레스에 포인트 슈즈로는 딱이지만, 어떤 느낌의 웨딩드레스건 결혼식장에서 신으면 신발만 동동 떠다닐 거라는 예언을 했다.

또 나는 귀를 펄럭이며 탱쿤의 설득에 넘어가고....

 

겸허한 마음으로 세다라비를 신어보려고 했는데?

탱쿤이 사이즈를 35사이즈를 사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탱쿤은 235mm 생각하고 '35'라고 말했는데 매장 직원이 유럽사이즈로 35 - 즉 220mm를 챙겨준거다 -ㅁ-

사이즈야 바꾸면 되긴 하지만 최소한 "여자친구분이 220mm 정도 신으세요?"라고 확인이라도 해봐야 정상 아님?

교환하러 가서 만나본 직원은 센스도 없고 영업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ㅎㅎㅎㅎㅎ

어쨌거나 사이즈 교환하고, 굽도 10.5cm에서 9cm로 낮춤.

174인 탱쿤에게 키높이만은 절대 신기고 싶지 않아서 웨딩슈즈는 생각의 여지없이 플랫으로 확정했건만 내가 179cm의 키다리 신부가 될테니 ㅠㅠ

티아라라도 쓰면 180은 우습게 넘겠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어떻게든 깔창으로 커버하려고 계획중!

탱쿤은 이 키로 34년 살면서 그정도 노하우 없겠냐며 걱정말라고 호언장담했으나 믿어도 되려나....

 

 

 

"아주 좋은 구두를 신으라고. 좋은 구두를 신고 있으면 그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 만화 <꽃보다 남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