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D-76, 예단떡, 합 & 폐백, 반가빈

보른 2014. 6. 30. 02:45

식탐돋는 내가 왠만해서는 손을 안대는 몇가지 음식 중 하나가 떡이다.

그나마 먹는게 꿀떡이랑 백설기- 그냥 초딩입맛 -_-

 

예단떡 하나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떡 시식을 해보기로 했는데, 일요일날 떡집 세군데를 들렸을 때는 동방미인은 예약 해야만 하고, 반가빈은 휴무라 실제로는 합밖에 못먹었지만 결국 그 다음주에 세군데를 다 먹어보고 최종결정을 내렸다.

 

 

 

1. 합

내가 합을 알게 된 건 울 사촌 언니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고연봉에 럭셔리한 삶을 사는 골드미스 언니를 통해서였다.

올해 초 서래마을 '담장 옆에 국화꽃'에서 가래떡 먹다가 예단떡 얘기가 나왔었는데 언니가 추천한 곳이 청담동의 합.

"내 입에는 맞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네~ 호호^^" 하던 언니...

언니 다른 사람 입맛에도 다 맞아..... 가격이 안맞아서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렇게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되어 있던 "합"

 

동방미인과 반가빈에게 까이고(?) 찾아간 합은 생각보다 훨씬 아담했다.

함께 간 탱쿤은 빙수와 배숙을 먹어보더니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며 그냥 여기서 진행해도 되겠다고 했으나, 일단 주악, 증편, 약과를 몇개 구입해서 나옴.

애초에 떡의 풍미를 잘 모르는 나말고, 떡보인 동생에게 먹여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먹어본 결과, 엄마는 맛있다고 하고, 동생은 무난하게 맛있다고...?

무난한 맛있음은 뭐냐 동생아 ㅋㅋㅋㅋㅋㅋㅋ

저녁에 냉장고에 모셔둔 증편을 먹는데, 차가운데도 꽤 맛있어서 다른 곳에서도 이보다 고퀄이 나오긴 힘들겠다는 생각에 마음은 거의 합으로 기울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과 일종의 오기 발동으로 인해 동방미인과 반가빈도 먹어보기로 했다 =_=

 

 

2. 동방미인

율고떡방과 함께 예단떡의 양대산맥을 이룬다는 동방미인.

율고는 답례떡인지 백일떡인지로 한번 먹어본 적 있었는데 별로여서 아예 리스트에 넣지 않았고, 동방미인은 하도 유명해서 한번 먹어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첫 방문에서 판매용 떡 없다고 모양이라도 보라는 사장님의 강요(?)에 살짝 기분이 상했던 동방미인.

그날 엄청 더운데 걸어걸어 방문해 짜증이 나있기도 했고, 직접 방문한거면 시식을 위해 간게 당연한데 자꾸 모양만 보고 주문하라는게 이해가 안갔다.

어쨌거나 이번엔 착오없이 전날 전화로 시식떡 예약하고 찾으러 갔다.

 

 

이게 2만원어치 시식떡... 꽃송편 9개에 두텁떡 2개 ㄷㄷ

 

 

 

꽃송편은 걍 예쁜 송편.

 

 

 

동방미인은 왕의 생일에 먹었다는 두텁떡이 유명하던데 내 입엔 안맞았다.

난 궁중입맛이 아닌가벼......

 

여튼 맛을 봤기에 후회없이 패스~

 

 

3. 반가빈

엄마와 폐백음식 시식하러 간 김에 꽃송편과 3색단자를 맛봤는데 쏘쏘~

꽃송편은 동방미인이 따뜻해서 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텁텁한 소가 들어간 떡은 그냥 싫어함...

 

짧은 폐백 후기-

플래너는 폐백음식점으로 반가빈과 연미향을 추천했으나, 엄마가 교회 집사님이 아시는 곳에서 폐백음식 준비하자고 해서 맛이나 보고 정보나 좀 얻을까 하는 마음에 좀 더 익숙한 반가빈으로 시식 예약했다.

폐백음식으로는 호주산 육포와 한우 육포, 호두정과랑 떡 6개가 나왔는데 호주산 육포와 한우 육포는 맛의 차이를 크게 모르겠더라.

엄마는 막상 맛보더니 여기서 하자고 -_- 변덕쟁이

이바지를 안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폐백에 신경써야 한다는 실장님의 말에 귀가 펄럭인 우리가 주문한건 반가 정1품(550,000원)

 

 

사진은 반가빈 홈페이지.

여기에 날도 더울테고, 곶감을 별로 안좋아하는 내 개인취향이 반영되어 곶감오림을 뺐더니 75,000원 할인됐다.

수입육포를 한우로 바꾸면 120,000원 추가된다는데 가성비가 별로인거 같아서 그냥 수입으로 진행.

 

 

 

이렇게 다시 합으로 돌아온 나.

알고보니 신세계 정용진 회장이 트위터에서 극찬했다고 한다.

역시 첨부터 비싸고 좋은거 먹는 사람 말을 믿어야 했어....

 

 

 

12시부터 오픈인데 두번 방문 모두 일빠로 들어가서 아무도  없음.

주문한 떡 픽업은 10시 반부터 가능~

 

 

 

예단떡 주문하기 전 최종 시식.

합은 장인정신과 우리 음식 한번 맛보라는 자신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난 팥빙수 위의 카스테라 인절미도 맛있던데 탱쿤은 인절미 이정도 하는 집은 많다길래 안했다.

여긴 약과와 증편이 제대로인데 약과를 맛본 탱쿤은 이렇게 튀기지 않고 구운 약과는 처음 먹어 본다며 정용진이 맛있다고 했으면 이것 때문일거라고 찬양 ㅎㅎ

 

시식을 해본 결과 내 입에 안맞는 간장약과는 갯수를 줄이고, 선물 세트에는 생강주악만 들어간다는데 난 사과주악도 맛있길래 둘 다 넣어달라고 했다.

나는야 까다로운 진상예신...

예단주는 생각이 없었는데 배와 생강을 다린 배숙을 예단떡과 세트로 많이들 보낸다며 떡과 함께 음료도 같이 보내야 센스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말에 내 코끼리 귀는 또 펄럭펄럭 +_+

 

 

원래 저렇게 광목으로 포장해주는데, 나는 떡포장은 모프에서 하기로 했기에 예단떡이니까 한지로 한번 싸달라고 했더니 한지포장은 따로 안해주지만 마침 전주한지가 있다고 떡상자를 한번 둘러주겠다고 하셨다 :3

 

 

비슷한 가격(15만원선)이라면 동방미인 3단 > 반가빈 2단 > 합 1단으로 규모에서 꽤 차이가 나지만 난 양보다는 질~

어차피 돈지랄 할거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내 입맛이 정답도 아닐뿐더러 예단은 예쁘게 보내는게 중요하다니 화려한 꽃송편을 넣는 것을 선호하는 집안도 있을 것이고...

결론은 케바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