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요새는 주일성수 안하는 날나리 신자고, 탱쿤은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결혼예비학교만은 꼭 듣고 싶었다.
우리 교회에서 들으려고 했는데 1년에 두번이던 프로그램이 1번으로 줄어들면서 우리 결혼 전에는 들을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 -_-
가장 유명한 온누리교회의 결혼예비학교를 듣기로 마음먹고 부서 야유회 날짜를 피해 6월에 3주 코스를 듣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다가온 결혼예비학교 신청의 날.
워낙 인기가 하늘을 찔러서 10시에 신청시작하면 1분만에 마감된다길래 엄청 쫄아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했는데, 회의들어간 탱쿤의 도움없이 혼자서 정확히 60초만에 신청완료.
이렇게 운좋게 듣게 된 두란노 결혼예비학교는 평이 워낙 좋아서 기대가 컸건만, 최종수료한 소감은 "실망스럽다"이다.
일단 강의가 너무 별로였다.
대부분의 강사님들이 본인의 경험, 다른 신도들의 사례를 이야기 하는데 내용이 뻔하고, 예시 위주 강의이다보니 일관성없이 산만해지기 일쑤였다.
재무강의는 나와 탱쿤이 금융권 종사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강의 내용 자체가 사회 초년생 대상의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부부의 성 강의는 교회치고는 꽤 개방적이었지만 이것 역시 고등학교 성교육 수준....
비신자인 탱쿤은 심지어 본인은 이 과정을 통해 한톨의 지식도 얻은게 없다는 말을 남겼다.
강의 듣는 내내 같이 듣자고 조른 내가 미안할 정도 ㅠㅠ
결혼하는 사람들의 연령대(아마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20대 후반~30대 초중반)를 고려해서 좀 더 수준 높은 강의를 하는게 어떨지...
두번째로 이해할 수 없이 비싼 수강료.
신청할 때 1인당 13만원, 한커플이 26만원을 내야하는데 장소는 교회 자가건물이고, 식비는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1인당 7~8천원 되려나, 과정을 진행하시는 간사님들은 왠지 무료봉사 하실 것 같고, 설마 강사비?
그렇다기엔 퀄리티가 너무 낮....
교회재정이 어려운게 아니라면 무료로 전환해도 될 듯하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임)
이러쿵저러쿵해도, 결혼예비학교를 통해 얻은 소득은 '숙제'다.
'내가 결혼하고 싶은 이유 정리하기', '부모님께 편지쓰기', '서로에게 사랑의 편지쓰기' 이런건 하려고 마음 먹어도 막상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데, 강제성을 가지고 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아빠가 교회에서 '아버지 학교'를 들으며 제출한 "큰딸 보른이가 사랑스런 24가지 이유"는 당시에도 감동적이었지만,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는 가장 큰 유산이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결혼예비학교.
단지 좀 더 주제에 충실하고 전문적인 강의가 함께 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
이제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는 일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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