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출산 전에 작성하다 임시저장한 글인데, 애가 두달이 넘어서야 정리해서 포스팅 ㅎㅎㅎ
제목도 "제왕절개 준비"에서 "후기"로 바꿈
하나씩 개별 포스팅할만한 주제 세개를 한꺼번에 풀어놓느라 꽤 깁니다...
결혼 못지 않게 출산에 대한 로망이 컸던 나
(임신기간동안 태교는 거의 못했지만 ㄷㄷ)
출산준비는 결혼할 때만큼 순탄하지 못했기에 개인기록 겸 정보공유를 위해 남겨본다
1. 자연주의출산 계획
자연주의출산은 오름이를 갖기 전부터 꿈꿔왔었다
김지우&레이먼킴 부부가 자연주의출산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흥미가 생겨 검색하다가
남편에게 "오빠 우리도 아기 생기면 자연주의 출산할까???" 하고 물어보았을 때 남편의 대답
"그냥 주사 맞아... 안그래도 참을성 없는 니가 출산의 고통을 어떻게 견딜라그래...."
하지만 남편은 원래 나를 이길 수 없는 존재
-라기보다는 외부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엄마와 아기의 힘+아빠의 도움으로 출산한다는 것에 설득된 남편도 결국은 동의해주었다 ㅎㅎ
왜 자연주의출산을 선택했느냐고 묻는다면, 나에게 가장 큰 이유는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아서였다
회음부 절개가 무서웠다기 보단 '굳이..?'라는 생각에 거부감이 있었고,
무통주사도 약효가 듣고 안듣고가 사람마다 케바케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고,
포유동물이 수천년간 영위해온 출산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의료적으로 해결하려는 현대의학에 의구심이 들었고,
아기와의 만남을 엄마아빠 둘의 힘으로 준비해서 진정한 가족을 이룬다는 자연주의출산의 기본논리에 마음이 끌렸다
출산 후 회복이 빠르다는 기타등등의 이유도 있었고 ㅎㅎ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고 우리가 선택한 병원은 청담동의 <연앤네이쳐 산부인과>
국내에 몇개 없는 자연주의출산 산부인과 중에서 최근에 생긴 편이라 시설도 괜찮아보였고
집에서도 그나마 가까운 것이 이유였다
<연앤네이쳐>에서 출산하려면 반드시 수강해야하는 '연두부교실'도 3주간 열심히 듣고,
순산하겠다며 하루 1시간 걷기+출근할 때 12층 계단오르기+아침에 간단 스트레칭 등등
직장 다니는 것 치곤 나름 운동도 열심히 했고,
<히프노버딩>, <자연주의출산보고서> 등 관련 도서도 구입하는 등(결국 손도 대지 못했으나...)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던 터였다
2. 역아회전술 실패
임당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한동안 식단관리만 열라게 받느라 초음파를 두달 넘게 못하던 중-
32주차에 다시 오름이를 보았을 때 자세가 역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아'는 태어날 때 머리부터 나와야 하는 아이가 거꾸로 있는 상태
즉, 머리가 엄마 가슴쪽에, 하반신이 엄마 골반쪽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오름이는 여러 역아 자세중에 frank breech라고 불리는 '진둔위' 자세를 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차병원 건강칼럼
이때부터 오름이 머리크다는 얘기를 진료 받을 때마다 두번 이상 들음 ㅋㅋ
원장님이 "이상하다.. 보통 엄마가 임당이면 애기 복부가 큰데 얘는 머리가 유독 크네요...."라고 머리사이즈만 세번 측정하심 ㄷㄷ
오름이 머리는 양옆의 폭보다는 앞뒤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서 초음파 볼 때마다 드래곤볼의 프리더 생각이 난다..
프리더 에일리언 버전
프리더 나름 드래곤볼 최고의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악당이다
아들 디스는 아니구... 걍 그렇다구....
이 당시만 해도 원장님이 아직까지는 얼마든지 돌 수 있으니 역아체조를 열심히 하라고 하여
곧 돌겠거니 하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던 터였다
이때부터 스트레칭 대신 역아체조를 아침저녁으로 10분정도 씩 했다
사진출처는 내돈주고 구입한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
도용의도 없이 역아체조를 공유하려는 마음에 올리지만 혹시 문제되면 삭제할게요...(소심)
저 체조들 중에서 특히 3번이 효험이 있단다
저 자세하다가 애가 꿀렁 하면서 돌았다는 후기를 꽤 봄
효과가 좋은 만큼 개힘들다 ㅋㅋ
1분만 해도 머리 터짐...
난 10분씩 해도 꿀렁 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ㅠㅠ
34주차에도 오름이가 돌지 않아 35주차에 역아회전술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역아회전술은 임산부 배에 손으로 압력을 가해서 아기를 원위치로 돌리는 시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보편화되어있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아기 자세로 인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 우선적으로 역아회전술을 시행한다고 한다
나는 자연주의 출산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회전술을 두번 받았는데,
보통은 아기의 안전을 위해 한번정도 하는 것 같다
1차 역아회전시도 : 35주 3일
연앤네이쳐산부인과 박지원원장님
시술비용 : 40만원
하루 종일 입원해 있으면서 2~3시간 간격으로 회전술을 받았는데,
세번의 시도 모두 오름이가 꿈쩍도 하지 않아 실패
막판에는 자궁수축이 일어나서 마지막 시도는 하지도 못했다
박원장님은 상심한 나를 위로하시며 중대병원 김광준교수님께 진료의뢰서를 써주시기로 했다
2차 역아회전시도 : 36주 2일
중앙대학교병원 김광준교수님
시술비용 : 총 54만원 정도
국내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중 유일하게 회전술을 시행하신다는 분
36주차부터 시술 가능하다고 하여 외래로 예약해서 둔위회전 진료를 받으러갔고,
회전이 손쉽게 가능하면 그자리에서 바로 돌려주시기도 하는 것 같다
교수님이 초음파를 보시더니 머리가 만삭아보다 크다며;;
36주1일차에 머리크기는 41주 찍음 ㅡ.,ㅡ
돌린다 하더라도 자연분만으로 낳을수 있겠냐며 걱정하시다
나를 힐끗 보시곤 "엄마가 크니까 괜찮을지도..?"라며
반신반의하는 말씀을 남기셨다 ㅎㅎ
탯줄을 두번 감으면 아예 시술 불가라는데 그런 문제는 없었고,
양수는 태아가 생활하기엔 충분하지만 회전시키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하루라도 빠를수록 좋다고 해서
다음날 아침에 시술하는걸로 바로 예약잡았다
만의 하나 태아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서 수술에 돌입할 경우를 대비해 수술전 검사를 모두 받고 귀가
결과는 실패
수액꼽고 준비하는데 이전에 전혀 없던 자궁수축이 10분단위로 일어나서 자궁수축억제제까지 맞고
전날에는 오름이 군디가 골반에서 잘 빠졌는데 머리 위에 태반이 있으니 다음날 정식으로 해보자고 하셨는데,
막상 시술 당일에는 오름이가 바위덩어리처럼 꿈쩍을 안한다고...
자세는 좋아서 둔위로 자연분만을 시도해볼순 있겠지만,
오름이의 경우는 머리가 너무 커서 그마저도 위험하다고 하셨다
"날잡아서 수술해요"라고 말씀하시던 교수님
마음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남편이랑 통화하니 눈물이 주르륵
어쩜 그리 서운하던지ㅠㅠ
이와중에 남편이 우울감을 달래기 위해 크리스피크림 세개 먹으라고 허락해주어 냠냠
역아회전술에 지출한 돈도 돈이지만,
임신 전부터 기대해온 자연주의출산이 시도도 못해보고 끝나게 되어 너무 허무하고 속상하더라...
3. 제왕절개 후기
회전술 실패하고 집에 돌아가던 길에
어무이가 차병원에 당일진료 보러 가라고 독촉하여
잘 타고 가던 9호선 방향을 틀어 차병원 내원
여성의학과는 다녔었지만 산부인과에서는 초진이라
이런저런 검사하고 상담받고 추천받은 교수님께 당일진료 접수
오름이가 36주에 3키로 정도로 이미 꽤 자라있는 상태라(거의 머리 무게 -_-)
내진 후 자궁문이 열려있으면 38주 정도에 수술날짜를 잡자고 하셨고,
자궁문이 안열려있으면 예정일 근처에서 수술해도 관계없다고 하셨다
나는 7월 말까지 근무할 계획이었기에 일단 예정일 하루 전날로 수술날짜를 잡았고,
수술 전날에라도 오름이가 돌면 자연분만하면 된다고 하셔서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으나,
결국 돌지 않았다 ^_ㅜ
- 수술실에 남편 입실 불가
- 고로 아빠 탯줄 절단 불가
- 엄마가 부분마취 해도 캥거루케어 불가(애기 얼굴보고 바로 신생아실로)
- 밖에서 대기하는 아빠도 애기 얼굴만 보고 신생아실로
- 태지도 최대한 냅두고 싶었는데 신생아 검사하면서 바로 목욕시킨다고 ㅜㅠ
그나마 3~4시간 정도의 신생아 검사가 끝나면 모자동실 가능하다는 것이 조금 위로가 되었다
수술 전날 입실하여 한동안 못씻을 생각에 새벽같이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상당히 담담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나는 수술하는 동안 부분마취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딱 하나였다
자다 깨서 애 얼굴 보면 내 애라는 실감이 안날거 같아서...
근데 막상 갓 태어난 오름이를 보니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감정은 하나도 없이
아직 피가 돌지 않아 회색빛의 몸뚱이에 "헐"하고 놀랐던 것을 고백한다;;;
수술 직후부터 수술부위 터지면 안된다고
납덩어린지 모래주머니인지 8시간 배위에 올려놓고
자궁 미친듯이 수축되면서 폭발적으로 오로를 내뿜(?)었던 첫날 이후에는
거동은 좀 불편할지언정 빠른 회복세를 보여 예정보다 하루 일찍 퇴원할 수 있었다
출산 3일째부터 찾아온 젖몸살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하아 눈물없이 할 수 없는 이야기 ㅠㅜ
프리더같던 오름이 머리 실제로 보니까
자연주의 출산이고 뭐고 결국엔 제왕절개 하지 않았겠나 싶기도 ㅡ,.ㅡ
도저히 인간의 구멍으로 나올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님 ㄷㄷㄷㄷㄷㄷ
여하튼 이런저런 (엄마만의) 우여곡절 끝에 오름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슴니다 ㅎㅎㅎ
에필로그
난 울엄마 이상으로 자식을 방목하는 쿨내쩌는 엄마가 될거라고 생각했건만,
솔직히 돌지않는 오름이에게 화도 많이 났었다
이눔시키가 내 원대한 인생계획을 틀어놨기 때문에 -_-
나는 자식을 4~5명 정도로 최대한 많이 낳는 다산을 꿈꾸고 있었는데,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계속 제왕절개를 해야하고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 하는 VBAC도 가능은 하지만 100명 중 1명 꼴로 자궁파열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6명까지 제왕절개로 출산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엄마 몸에 칼 많이 대는게 뭐가 좋을까...
애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자식은 절대 내맘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며
다시 한번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ㅎㅎ
지금은 출산기법에 상관없이 건강하게 우리 곁으로 와준 오름이에게 감사할 따름!
저처럼 피치못할 사정으로 원치않는 수술해야해서 실망하신 분들,
결국엔 건강한 출산이 최고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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