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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 blah

아빠꿈

아빠 꿈을 꿨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나오는 꿈을 꾼건 4년 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한달 후였다

꿈에서 퇴근하고 넥타이를 푸는 아빠에게 달려가 "아빠!!! 나 아빠 죽는 무서운 꿈꿨어 ㅠㅠ"라며 징징댔는데, 깨고나서 그게 꿈인걸 알고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었다

 

4년만에 꾼 아빠 꿈은 현재 내 상황과 뒤죽박죽 엉켜있다

울부서가 올 초 이사간 빌딩에 있는 부서들이 체육대회를 하는데,

다른 부서에 전입온 아빠가 그부서 농구선수(울아빠 키 183)로 출전한다고 하고,

'나는 아빠 응원해야지'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부서의 누군가와 아빠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깼다

 

내가 눈 뜨자마자 누워서 계속 우니까 남편 놀라고 동생도 어리둥절하고 같이 자던 할미개 니니는 황당해하고 ㅋㅋㅋㅋㅋㅋ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양 계속 눈물이 났다

 

아빠가 그렇게 가르치고 싶어했던 골프를 치고, 가족이 가끔 가던 광릉불고기에서 밥먹고, 친정집에서 니니 궁디를 만지면서 자고, 하루동안 아빠와 관련된 기억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다보니 아빠에 대한 향수가 짙어진 것 같다

 

슬픈건 꿈에서도 아빠는 나오지 않았다는거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뿐 직접 만나거나 보지는 못했다는게 더 슬펐다

꿈에서도 '아빠와 지낼 시간이 많지 않으니 같이 출근 해야지'라고 생각했던걸 보면(지금은 출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꿈이 곧 끝날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게다

 

장례를 치를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읜 친한 오빠가 조문 와서는 술이 만땅 취해서 "보른아 진짜 슬픈게 뭔줄 아니? 이제는 네가 아버지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거야"라고 주정을 부렸었다

그 오빠는 아끼던 동생인 나와 자신의 상황이 겹쳐지는게 마음이 아파서 술을 엄청 마셨던 거겠지

당시 나는 앞뒤 잴것도 없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당장 나가라고 어금니 꽉 깨물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장례 진행하는 동안 한번도 울지 않던 나는, 염을 하면서 아빠 얼굴을 수의로 덮을 때 오빠 얘기가 떠올라서 펑펑 울었다

 

지금은 그 오빠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안다

엄마는 한달에 한번정도 아빠 꿈을 꾼다는데 난 꿈에서도 아빠가 안나온다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중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정말 오랫만에 아빠가 내 삶에 다시 나타났을 때, 내 의지로는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쏟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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