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는 스무살에 결혼하고 싶었고, 20대 중반에는 스물 일곱에 결혼해서 서른에는 첫아이를 낳는게 바람직한 인생이라고 여겼는데, 어느새 내년이면 서른이고 곧 노산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남자를 사귈 때마다 "그럼 우린 언제 결혼해?"라고 물어서 사귄지 일주일된 남친을 헐하게 만들었고, "나는 이날 결혼해야만 한다"고 발렌타인데이와 로즈데이가 토요일과 겹치는 해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스드메는 물론 식장 예단 혼수 청첩장까지 어디서 어떻게 할지까지 다 계획해 놓아서 "이제 남자만 있으면 되겠군"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열혈결혼신봉자였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많이 초연해진 상태. 오히려 엄마가 빨리 가족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결혼 닥달하는데, 어쩌면 조만간에 선시장에서 값이 급락할 큰딸을 걱정하는 걸수도 있겠다.
여하튼 갔다가 돌아올지언정 결혼은 해야한다고 느끼던 도중, 우연히 접한 개념찬 기사 <신혼 때 헤어지는 커플, 왜 많아졌을까>. 이 기사에 따르면, 난 결혼하기에 10년은 이르다~ ㅋㅋㅋ 내공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나의 연애 습성을 돌이켜보면서 29년 만에 깨달은 바, 나는 매우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면서 실제로는 가장 나쁜 연애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본성이 악한 남자는 없었지만, '드디어 이 사람인가!!!!!!' 싶은 강렬한 감정의 쏠림과 쉽게 찾아오는 싫증, 상처주고 상처받고 이별하고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나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하고 '내가 이나이 먹도록 이렇게까지 사람 보는 눈이 없나'하는 자책도 하다가 '알고보니 내가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소모적이고 골치아픈 결혼보다 적당히 연애만 하면서 사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직 진정한 짝을 못만나서 그렇다는 베프의 위로에 살짝 안심하고 그런다. 요새는 "You complete me"가 아니라 내가 먼저 complete한 사람으로 올곧게 서고, 다른 완전체와 포지티브 시너지 대폭발하는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이런 가시밭길을 걸어가려고 하다니 나 철들었나바 ㅠㅠ
사진은 전쟁에서 양손을 잃고 돌아와선 자신과 결혼하면 안된다며 설득하는 애인을 선택하는 강단있는 여자가 나오는 영화 <우리 생에 최고의 해>. 나는 남친들에게 항상 "내가 지금보다 더 못생기고 뚱뚱해지더라도 나 사랑해줄거야?"라는 바보같은 질문을 했는데, 나의 외모, 젊음, 사라질 조건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해"라는 마음을 확인받고 싶어서였다. Amor vincit omnia-사랑은 모든것을 극복한다는데, 정말 사랑한다면 나이, 국적, 인종, 장애, 성별까지도 필요없는거 아니던가.
나 스스로도 누군가를 소개받을 때 게이랑 유부남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조건 전혀 안따지고 일단 만나고 보는 타입인데(그러면서 뭔가 엄청 까다로움..) 이것저것 계산하다가 정말 좋은 사람을 놓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에 귀가 팔랑대다가도 막상 조건'만' 보고 사람을 만나려고 하면 그게 또 잘 안되더라. 아버지가 수백억대 자산가인 사람, 집있고, 외제차있고, 별장있고 이젠 요트를 사고 싶다는 사람, 본인명의로 된 건물에서 매달 임대료만 수천만원 받는 사람 등등 눈돌아가는 조건에 혹하다가도 내가 그걸로 행복하지 못할 거란걸 잘 알고 있다.
베라미는 해적이 꿈꾸는 시대는 끝났다고 비웃었지만 하늘섬은 있었다. 현실적인 제약에, 다른 이들의 조롱에 가로막혀 꿈조차 꾸지 않는다면 어찌 원피스를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내 원피스여, 내가 어떻게든 찾아낼테니 숨만 쉬고 있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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