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시작했던 육아휴직
둘째 태어나기까지 약 두달의 시간이 있어서
알차게 보내겠다고 이것저것 벌려놓은 것은 많았는데 완료한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고
뭐 나쁘지 않게 루틴한 시간을 보낸거 같다
1. 공부
온라인으로 영어문법스터디를 신청해서
'100% 최선을 다했다'는 아니지만
7주동안 전출하고 매주 100개씩 문장 암기 시험 보면서 영문법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매일 꾸준히 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출산하고 나서는 윤쌤 추천대로 매일 <프렌즈> 한편씩 보고 실천할 계획
중국어는 4주코스의 발음강의를 신청하면서 발은 떼었는데,
영어만큼 매일 obsessive하게 하지 않다보니 진도를 많이 놓쳤다 ㅠㅠ
일단 중국어 넘 어렵다.....
그리고 성우 발음 듣고 따라하는거 나보다 오름이가 더 잘한다 ㅋㅋ
이래서 어렸을 때 애들 외국어 시키라고 하나봄
이것도 출산하고 어떻게든 완주해야지
8월과 9월엔 상반기에 신청했던 회사 연수 집합평가를 두개나 보았고 다행히 모두 수료했다 -_-v
임신 36주차에 본 시험에선 시험장 올라가다 기절함 ㄷㄷㄷㄷㄷ
올만에 마주친 차장님과 수다떨다가 시험시간 다 되어 학교 언덕과 계단을 허겁지겁 올라가다보니
숨차고 눈 앞이 하얘지면서 계단 올라가다 쓰러짐 ㅡ,.ㅡ
단순히 넘어진게 아니라 1분정도 학교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정신을 잃어서 시험 끝나고 내려가시던 분들이 구급차도 불러주심.... 감사 ㅠㅠ
구급대원분들과 시험감독관들이 병원가라고 줄기차게 권유했으나
"전 꼭 오늘 봐야되요!!! 잠깐만 쉬었다가 시험보면 안될까요??"라고 얘기한 단호박 임산부
결국 양호실에 30분 누워있다가 시험 보고 집에 옴
나보고 은행장하라고, 독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책 한번도 안보고 전날 3시간 자고 연습문제만 보고 갔던 터라
당시 내 머릿속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머리에서 날라가고 있는 얼마 안되는 지식에 대한 불안한 마음뿐...
거기에 나보고 담주까지 공부하라니 그건 절대 싫었다 ㅡㅡ
늠름이가 별일 없어서 천만다행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긴 하다
하지만 그날 기절하고 시험보고 남편친구 결혼식 갔다 친구들 만나러 감 ㅋㅋㅋㅋ
남들은 제발 집에서 조신하게 쉬라고 했으나 난 쉴 수 없음
나의 좌우명 "놀 수 있을 때 열심히 놀자"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하는 날이 곧 온다 ㅋㅋㅋ
임신 37주차에는 이틀동안 하루종일 CIA 보수교육도 들었다
매년 30만원씩 내는 자격증 유지비도 부담스럽고
주말도 아니고 평일에 하루종일 하는 보수교육을 1년에 최소 3일은 들어야 해서
복직하고 휴가내면서까지 교육받고 싶진 않기에 걍 쌩까고 냅둘까 했는데
남편이 그래도 어렵게 딴건데 아깝지지 않냐고 하여 일단 휴직 중에는 유지해보기로
만삭에 책상에 7시간 앉아있는게 피도 안통하고 느무느무 힘들어서 교육시간의 1/3은 졸았다 ㅡㅡ
임신 안했어도 졸았을거 같긴 하다.....
출산하고 연말까지 하루 더 교육받아야 함 ㅋㅋ
애 낳고도 할거 많네잉
2. 육아
나는 태생적으로 육아에 약한 타입이다
나는 계획대로 착착 돌아가는걸 좋아하는데 육아는 변수투성이다 보니 통제 안되는 상황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의 나는 아빠들이 주말에 혼자 독박육아하면 왜 그렇게 두렵고 힘들어 하는지 1000% 공감하는 상태
이성적이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남편이 나보다 오름이와 더 친하다 ㅋㅋ
변명은 안되지만 배가 불러올 수록 몸은 힘들고
내 인격에 문제가 있나 자책할 정도로 오름이한테 화를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이 냈다 ㅠㅠ
화가 나더라도 좋게 타이른다거나, 삭힌다거나, 비꼰다거나, 면박을 준다거나 여러가지로 분출되 수 있는데
난 일단 소리부터 질러진다......
다들 나보고 그러지 말라고 나중에 후회한다고 하지만
나도 안다 그러면 안되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오죽했으면 남편은 나보고 심리상담 받아보라고까지 했다 ㅎㅎㅎㅎㅎ
너 분노조절장애가 있는건 알고 있었는데 요즘 부쩍 심해진거 같다고 ㅡ,.ㅡ
늠름이 낳고 요가를 통한 마음수련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근데 이효리가 그랬다
요가해도 성격 안변한다고 ㅋㅋㅋ
3. Narcos
혼자 넷플릭스 신청해서 먼저 보던 남편이 "같이 볼래?"하여 시작한 나르코스
콜롬비아 마약왕 실화 바탕이라 잔인하고 야하고 태교에는 최악이다 ㅋㅋ
그냥 난 보면서 당시 콜롬비아의 현실이 슬펐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도, 미국요원 머피와 페냐도, 콜롬비아 대통령도, 그외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자신들의 사정이 있고, 이해가 된다
이게 인생이다 늠름아... 애미의 현실태교
파블로와 그의 사촌 구스타보
파블로가 죽은 구스타보의 환영을 보며
"네가 떠난 후 난 무너져내렸어" 라고 말할 때 눈물 쭐쭐 ㅠㅠ
이 드라마에서 내 아들들이 닮았으면 하는 캐릭터를 고르라면,
나는 구스타보처럼 누군가에게 정신적, 감정적, 사업적으로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악당이고 불륜남이긴 함 ㅋㅋㅋ
내사랑 에이전트 뻬냐
페냐 땜에 시즌 3까지 하루에 서너시간 자면서 정주행 ㅋㅋ
섹시하고 인간적임
이남자 땜에 스페인어 다시 공부하고 싶어졌음...
나르코스 시즌 완투뜨리 다 보고 남편이 강추한 <비밀의 숲> 보기 시작했더니
대한민국 추격신은 시시한 느낌 ㅋㅋㅋㅋ
저기서 기관총 난사하고 피 좀 튀어줘야 하는데 말이지
4. 기타등등
임신 막판에 라면에 빠져서 혼자 상수동 라멘트럭을 열심히 찾아갔다 ㅋㅋ
상수동까지 가기 귀찮은 날엔 집에서 쿠지라이 라면 해먹음
이번 임신 중 몸의 변화
- 첫째 때와 달리 임신선과 착색현상이 없었다
- 첫째 때는 기침병 걸렸을 때에만 있었던 요실금이 임신 기간 내내 나를 괴롭힘 ㅠㅠ
심하진 않았지만 기침하거나 재채기할 때 2~30% 확률로 발생해서 디펜서 항시 착용함.... 괜찮아지겠지? ㅜㅜ
- 평생 없던 변비가 생겨서 유산균 처방받아 먹음
- 나이가 들어서인지 첫째 출산 후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인지 엄청 힘들었다
원래 부종 없는데 막달 갈수록 손발이 붓고, 앉았다 일어나기도 어렵고, 가만있어도 숨이 찬다는 말을 이해하게 됨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셋째... 낳을 수 있을까 ㄷㄷ
일단 늠름이 건강하게 낳고 ㅋㅋㅋ
요새 오름이 신생아 때 사진이랑 동영상 자주 보는데
다시금 꼬물이가 생긴다는게 실감이 안난다 ㅎㅎ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엄빠가 원해서 이 세상에 오는거니 잘 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