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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 blah

워킹맘 단상

​포스팅은 꿈도 못꿀 정도로 바빴던 6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승진을 하고,
남편은 이직을 하고,
둘째도 원하던 타이밍에 우리에게 찾아왔다

작년 말에 남편과 침대에 누워 두런두런 얘기하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진 올초
하나라도 안됐으면 우리의 인생도 많이 달라졌을텐데
계획대로 되어 감사했던 2018년의 시작이었다


근데 그 감격은 다 어디가고 현실에 치여서 파닥대는 워킹맘으로서 몇자 적어본다 ㅋㅋ

나는 첫째 오름이가 태어난지 3개월만에 복직했고
그동안의 오름이 양육은 시부모님이 온전히 맡아서 해주신 덕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전업주부이시면서도 일하는 며느리를 이해해주시는 시어머니 덕분에 눈치보지않고 야근과 회식을 할 수 있었고
나도 가족사랑이 끔찍하신 시부모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2018년이 되면서 우리의 생활패턴도 크게 바뀌었다

오름이가 만1세가 되어 얼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시부모님이 하원도우미를 해주시기는 어렵게 되어

파트타임으로 일하시는 친정어무이가 하원도우미를 해주시기로 했다

still working 중이시며 딸 둘도 직접 키워본 적이 없는 울엄니가 손주를 잘 보실리 만무 ㅋㅋ

고작 몇달간의 동행 중에도 우리의 갈등은 쉴새없이 폭발했다 -_-

내가 남편에게 정말 심각하게 이모님 쓰는게 나을거 같다고 얘기했을 정도

 

익숙한 일을 해도 갑작스런 변화가 버겁기만 한 와중에

나는 본점에서 영업점으로 나오게 되어 약 5년만에 업무가 바뀌면서 폭풍 적응을 해야했고,

심지어 왕복 1시간반의 거리를 운전하여 출퇴근 ㅋㅋㅋ

집에 오면 떡실신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나의 대략적인 일상은 이렇다
6시에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아침식사 준비하고
7시에 남편과 아이 깨워서 밥먹이고 치우고
내가 7시 40분쯤 출근하고 나면 오름이 등원은 온전히 남편의 몫
바쁜 지점에 있다보니 정상 영업시간 훌쩍 넘어서까지 손님 처리하다보면 5시 가까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마감시작
임산부라 눈치안보고 퇴근해도 7시에 출발해서 막히는 올림픽도로를 뚫고 집에 도착하면 8시가 되기 일쑤
후다닥 화장 지우고 옷 갈아입고 오름이 씻기고 

동생이 잠깐 오름이 봐주는 동안 쌓인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면 어느덧 9시
그제서야 동생 보내고 애랑 조금 놀다가 10시쯤 같이 잠들기를 쳇바퀴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남편이 될수 있는 한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는 편이기에 망정이지

남편도 스타트업으로 옮기면서 여유로웠던 이전 직장에 비해 야근 + 집에 일을 들고 와서 밤새는 날이 잦아지면서

예전과 같은 전적인 도움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얼집 데뷔 후 오름이가 몇번 크게 아픈 적이 있는데

애가 아프다는 사유로 귀중한 휴가를 쓰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내가 갑작스레 휴가를 쓰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왜 수많은 워킹맘들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달까

 

이런데도 나는 워킹맘 중에 꽤 럭키한 편이다

친정엄마와 동생이 하원도우미를 (나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고

여차하면 출동하시는 시부모님도 계시고

주1회 가사도우미를 써서 집청소까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내 주변에는 나 정도의 도움도 못받는 직장동료들이 훨씬 많다

친정이나 시댁이 지방이거나 정말 도움을 주시지 못하거나 남편도 별 전력이 되지 않아서

혼자 육아와 출근에 고군분투하다가 퇴사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런데 또 블로그에 보이는 엄마들은 죄다 일과 육아를 멋지게 병행하며

블로그에도 틈틈히 글을 쓰는 부지런한 사람들인지

애 키우는 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세련되게 꾸며놓고 짬짬이 명품쇼핑도 하고

애 데리고 핫플레이스도 자주 가고 혼자 요가 필라테스 할 시간도 있고

좋겠다 부럽다는 마음을 곱씹다 보면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ㅋㅋ

 

나보다 나은 환경의 사람들의 시간적, 경제적 여유는 영영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 소확행을 지키는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되는 요즘이다

최근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남편과 오름이와 맛있는 식사를 하는거"

오름이가 두돌 가까이 되어 왠만한건 다 먹을 수 있다보니 이제 좀 가족으로 식사하는 느낌이라 그런가보다 ㅋㅋ

이것과 바꿀만한 가치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내게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몇주동안의 이런저런 생각을 두서없이 풀어놓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횡설수설이 되어버렸는데 -_-;;

내 지금 심리상태가 이렇다 ㅋㅋㅋㅋㅋㅋ 혼돈 카오스.......

나는 일을 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족이 더 소중한 것 같고

둘째 낳고 수년간 쉬다 복직해서도 워킹맘으로 잘 할 수 있을지도 심히 의구심이 든다 

빨리 남편이 대박나서 취미로 일하던지 된장사모님이 되던지 돼지엄마나 하면 좋겠단 바램도 있고 ㅋㅋㅋ


지난 선거일에 다녀온 이태원 카페로 급마무리


mtl 보난자 커피
라떼 완전 맛남
크림커피 솔트도 나쁘지않은데 라떼의 압승인걸루
브라우니 괜찮고 말차스콘은 별루 ㅋㅋ


잠깐이라도 맡기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착한 이모가 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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