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넬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한 댓글에 시선이 멈췄다.
넬을 안다는건, 당신에게도 어두운 상처가 있다는 것.
평소에 온라인 상에서 댓글이나 붐업같은 능동적인 태도를 전혀 취하지 않는 나는 망설임없이 첫추천을 꾹 눌렀고, 추천수는 순식간에 수십건으로 올라갔다. 그 찰나에 내가 느낀건, 아 나만 위로받고 있었던게 아니구나. 넬은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고 있었구나.
넬이 좋다. 정확히 말하면 넬의 김종완에게 푹 빠져있다. 얼굴도 못생겼고 키도 작고, 비주얼은 정말 아니지만 나의 외모지상주의를 뛰어넘는 놀라운 매력을 지녔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생각만 하면 가슴이 저릿한 사람이다. 김종완의 목소리, 김종완이 만드는 노래, 김종완이 쓰는 가사가 좋다. 넬의 음악을 듣는 것이 요즘 내 유일한 위안이다.
그가 계속 노래했으면 좋겠다. 계속 음반을 내고 넬의 노래가 수천곡이 되어서 평생 들어도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것처럼,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할 때 넬의 존재가 이순간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를 기억하면서 그때 살아있기를 잘했다고 여길 수 있으면 좋겠다.
- 2008년 5월 9일 생각조각들
스물네살의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거의 먹지도 자지도 않아서 몸무게는 초등학교 이후 최저로 내려갔고, 하루 한알 권장량인 우울증약을 네알씩 먹어가며 등교할 때마다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과 싸우고 있었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건 팔할이 넬의 노래 덕분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당시 나는 항상 귀에 이어폰을 꼽고 넬의 전곡을 돌리며 버텼더랬다. 아마 남들보다 10년쯤 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던거 같은데 당시 싸이월드에 "넬의 노래를 듣기 위해 자살을 미룬다. 내 목숨은 김종완에게 달려있다."라고 쓴걸 보니 좀 격하게 심취했던듯;;;
넬의 노래는 "힘내, 다 잘될거야"식의 식상한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는게 아니라 외롭고 괴로워서 어쩔줄 모르는 내 감정을 김종완이 알아서 120% 표현해주기에,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 나홀로 있는게 아니라 나에게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특히 김종완의 목소리는 정말 호소력이 짙어서 한참 버닝할 때는 인어공주에 나오는 마녀가 되서 김종완의 목소리를 갖고 싶다는 변태적인 상상도 했었다. -_-
어제 보아의 <한별>을 다운받아서 오늘 퇴근하는 길에 보아가 이런 가사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불렀었나-하면서 듣고 있는데 클라이막스에 나오는 코러스에 바로 검색해보니 역시, 김종완의 노래다. 곡의 느낌과 목소리만으로 알아볼 정도면 나 팬 맞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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